오늘의풍경

Scenery of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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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강점을 보이게 만들기

미션: 오풍 웹페이지 리뉴얼하기

오늘의풍경은 매해 ‘OKR(Objective와 Key Results, 조직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목표 설정 방법론 중 하나)’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분기별로 새롭게 세운다. 마침 내가 오풍에 합류한 6월 말은 25년 3분기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오풍 웹페이지 리뉴얼’이라는 항목이 ‘OKR’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본 나는 별생각 없이 느낀 바를 줄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스튜디오인데 포트폴리오가 잘 안 보여서 아쉬워요. 그리고 웹사이트 내에 블로그가 있어서 작업 후기 같은 것을 쌓아둘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말을 꺼낸 사람이 결국 그 일을 하게 된다는 일터 불변의 법칙에 따라, 오풍 웹페이지 리뉴얼은 25년 3분기 동안 내가 주로 담당할 일이 되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 즉 유지/보수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유지/보수는 하지 않으면 금방 티가 나고, 반대로 열심히 해도 티가 잘 안 나는 종류의 일이다. 게다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업무들을 하다 보면 유지/보수는 항상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홈페이지 유지/보수 계획을 너무 원대하게 세워버리면 그 무게에 짓눌려서 시작하기조차 어려워지는 법. 오풍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게 별로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디자이너가 다른 업무들을 하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간소하게 웹페이지  리뉴얼 목표를 잡았다. 1) 오풍의 포트폴리오가 잘 보이게 2) 오풍이 어떤 특징을 가진 스튜디오인지 알 수 있게 3) 오풍에 연락하는 게 쉽도록. 

파트너 피드백에서 찾은 오풍의 강점

본격적인 리뉴얼 기획에 앞서, 우선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의 홈페이지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자신들이 어떤 스튜디오인지 말로 설명하기보다 대체로 결과물을 많이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디자인은 시각화된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이기에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오풍은 ‘상호 돌봄의 디자인 협업’이라는 방식을 도입하여 다양한 조직/개인들과 협업해오고 있는 스튜디오다. 결과물로 드러나지 않는 과정 속에 오풍의 핵심 역량과 일하는 관점, 태도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스튜디오와 클라이언트가 서로를 최대한 덜 소진시키면서 충분히 소통하며 서로 납득할 만한 방식을 통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풍의 방식이다. 이 점을 오풍 웹페이지에서도 명확히 드러냈을 때 오풍과 아직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상호 돌봄의 디자인 협업’을 함께 시도해보고 싶은 조직이나 사람들이 협업 제안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오풍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파트너(클라이언트)들과 함께 회고 시간을 가지고, 그들에게 피드백을 수집하고 있었다. 그동안 오풍이 수집한 피드백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킥오프 미팅을 위한 질의를 준비해 주신 것, 그리고 노션을 통해 중간에 디자인의 방향성을 공유해 주셨던 소통의 과정이 정말 좋았습니다.”
“회의 과정에서 단체 활동에 대한 이해가 있어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진행 과정에서 평등한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작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디자인 작업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어렵다고 분명히 말씀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 오늘의풍경 사무실에서 정리되지 않은 언어더라도,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 목표하는 방향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이를 오늘의풍경 측에서 잘 이해해주었던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거칠고 작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단계부터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머지 과정에서도 이 콘텐츠를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서로에게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오풍이랑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프로세스와 협업하는 태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풍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서라도 재밌는 사업 기획을 해야겠어요.” 

오풍에 갓 합류한 구성원이기 이전에 가끔 디자이너와 협업하고는 했던 기획자로서, 오풍의 파트너들이 이 피드백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자면, 내게 디자이너는 늘 어려운 협업 상대였다.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 디자이너는 내가 A부터 Z까지 전부 기획해서 가져다주면 그것을 실체가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주는, 오로지 기능적인 역할만을 하는 사람이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눈치를 보느라 작업에 필요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두렵고 껄끄러운 상대이기도 했다. 이런 생각으로 일하다보면 어느 쪽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아마 오풍에 이런 피드백을 남긴 사람들도 언젠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짐작하기로, 그들의 말이 가리키는 바는 이랬다. ‘오풍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덜 두렵고, 더 쾌적하게 만들어 줍니다.’

클라이언트 피드백을 쭉 읽고 핵심을 꿰뚫은 나를 AI처럼 칭찬해주는 신인아 디자이너와의 슬랙 대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건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체적이고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오풍의 핵심 역량을 웹페이지에도 커다랗게 써두기로 했다. 단, 이러한 핵심 역량은 그저 ‘소통이 원활하다’는 게 아니라 ‘상호 돌봄의 디자인 협업’을 하기 위해 그간 오풍이 만들어놓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발휘되는 것이므로 그 점을 함께 강조했다.

새로운 결과물은 새로운 과정에서부터

물론, 이건 오풍이 협업 과정에서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해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도리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성립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서로 이해한 바가 다를 수 있음을 의식하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더 나은 협업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실행하는 데 열려있다는 뜻에 가깝다. 이전과 다른 것, 새로운 것, 예전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는 결과물을 찾고 싶다면 과정부터 달라져야 할 테니 말이다. 

결과물로는 드러나지 않는 오풍의 강점을 이래저래 글로 써봤는데 역시나 이걸로는 부족한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건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러니 오풍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면, 협업 제안으로 오풍의 문을 두드려주시기를. 오풍은 언제나 모험에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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