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풍경

Scenery of Today

함께 변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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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의 25년 회고와 26년 계획

시스템 만드는 과정을 조직문화로 (신인아 디자이너)

25년은 오늘의풍경 사업자등록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참 민망한 일인데요, 왜냐하면 2015년 거래처의 요청으로 만든 사업자라서 사업자등록을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년!!! 창업가!!!!임에도 아무런 정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황금 같은 첫 5년을 날렸습니다…. 사업자란 무엇인가… 그 의미를 조금 알게 된 건 그보다 또 3년이나 지난 2023년 말의 일이었습니다. 회… 회사가 되어야 한다!! 고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고 2024년 1월 1일 CEO로 다시 태어난 저는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개고, 조깅을 하고, 경영서만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3월 회사로서 오늘의풍경의 비전baby(실제 이름)를 힘겹게 출산하고 희원과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오늘의풍경이란 저에겐 10년의 궤적이 쌓인 공간이기도 하면서, 이제 막 시작한 조직이기도 합니다. 조직으로서 25년 오늘의풍경은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고, 조직으로서 관계를 맺고, 조직으로서 팀 워크의 기틀을 다지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보았습니다. 거기서 저는 내부 팀 워크를 다지는 부분에 있어 많은 시간을 썼어요! (전체 업무 시간의 60%!) 가장 공을 들인 건 매달 오늘의풍경 멤버들과 1on1 시간을 가지고 배운 점을 통해 협업 시스템을 짜는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션 자동화, 구글 앱스 스크립트, 아키플로우, 매터모스트, n8n 등 다양한 툴을 탐색하고… 그러니까 코드를 어떻게 해서든 읽어보려는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클로드, 제미나이와 같은 AI툴을 유용하게 썼으나, 그만큼 더 개발자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널채움 디스코드에도 쳐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럴수가 오풍엔 이런 말이 현존한다. 내년 붉은 말의 해엔 과연!?

오늘의풍경 멤버는 저를 포함하여 2024년 3명에서 2025년 4명(한때 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작은 조직일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이 끼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겨우 1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말 엄청난 체질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1인 체제에서 팀 체제로 전환하며 시스템의 기본 토대를 짜는 일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조직으로서 오늘의풍경에겐 반드시 필요했던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 인턴으로 함께했던 이재인 디자이너가 오늘의풍경의 주간 회의나 스케줄링 시스템 덕분에 소규모 스튜디오임에도 불구하고 야근 없이도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해 주었을 때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2026년 OKR 설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조직으로서 오늘의풍경이 더 성장했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대박적으로… 2024년 힘겹게 출산한 비전baby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원은 오늘의풍경을 “협업하는 곳을 통해서 개인까지 변화시키려고 하는 곳”이라고 정의내렸는데 우리 옹알이가 드디어 언어화되었구나 싶었어요. 더불어 올해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고군분투한 담당자로서는 2026년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문화로 정착시켜 보자는 큰 포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2026년 오늘의풍경에서는 의사결정체계를 함께 정리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함께 정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징계나 처벌을 내리는 것 외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법을 고민해 보자 제안했습니다. ‘징계나 처벌’ 외의 방식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2025년을 통과하며 저는 오늘의풍경에서라면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아마도 이게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습니다.

오풍의 중심자가 되다! (김영인 디자이너)

25년 2월 12일, 오늘의풍경에 정식으로 합류하며 올 한 해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끝에 “오풍의 중심자(Mid-weight Designer)로 훌륭하게 자리 잡기”를 목표로 합의하고 업무를 시작하면서 “나는 더이상 인턴도 주니어도 아니다”를 마음속으로 비장하게 속삭였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의풍경에서는 매달 모든 구성원 각자 대표님(신인아 디자이너)과 오붓한 대화 시간을 가져요. 다른 분들은 대표님과 어떤 대화를 주로 나누시는지 저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어 조금 궁금하기도 한데요. 저는 주로 앞서 합의한 제 목표에 관한 대화였습니다. 오풍의 훌륭한 중심자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는지, 현재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이야기 나누었어요. 지난 한 달간 겪었던 어려움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그 부족함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가올 한 달 동안은 어떤 노력이나 방법을 시도해 볼지 합의하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제겐 아주 개운하고도 든든한 시간이었어요.

덕분에 저는 올해 오풍의 중심자로 훌륭히 자리 잡았다는 뿌듯함을 안고, 내년에도 이 역할을 잘 이어가 보기를 목표 삼기로 했어요. 올해의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능숙하게 일을 해내길, 그로써 또 새로운 배움을 발견하길 바라며! 

모른다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기 (황효진 에디터)

지난 7월(정확히는 6월 30일), 오늘의풍경과 슈퍼스톰에 커뮤니케이션디렉터이자 에디터이자 기획자이자 활동가로 합류하게 된 건 그야말로 우연한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매우 즉흥적인 사람이고, 고심해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경우가 적은 편입니다. 오늘의풍경은 비영리조직들과 함께 사회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고, 페미니스트의 관점과 태도로 일하려고 노력한다. 슈퍼스톰은 그런 오늘의풍경이 만든 비영리단체로써, 우리가 일하고 관계 맺고 살아가는 환경과 그 속에 있는 개개인들을 함께 바꿔보자는 운동을 하는 곳이다. 이 정도로만 이해하고 그래, 이런 일을 하는 조직이라면 구성원으로 한번 몸담아봐도 좋겠다고 가볍게 마음먹었지요.

몇 년 동안 자영업자이자 프리랜서로 마음대로 시간을 운영하며 살다가, 회사원이 된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오풍의 시스템(온갖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는)에 적응하고, 출퇴근 시간을 지키고, 계약으로 약속한 시간만큼은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해야 하고… 제가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나요? 하지만 프리랜서에게는 출퇴근도 사무실 고정 근무도 당연하지 않은 일임을 알아주시길… 아무튼 한동안은 회사원이 된 저 자신에게 너무 심취하여 긴장한 상태로 하루 종일 일하고 출퇴근길에는 지하철에서 일에 필요한 책까지 열심히 읽느라 기력을 소진하여 쓰러질 뻔한 날도 있었습니다.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어요. 

효진은 다시 왼쪽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제가 몰랐던 건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측불가능함’과 ‘변동성’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몰랐어요. 저는 그간 기자로, 커뮤니티 운영자로 일하면서 쉽게 설명하자면 ‘내 것’, 혹은 ‘우리 것’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의풍경은 ‘에이전시’이고, 협업 파트너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격과 과정, 결과물이 달라지기 일쑤입니다. 매번 새로운 일을 하는 것과 다름없고, 그건 곧 일의 노하우를 축적하거나 일의 흐름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 전반을 매니징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저의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나도 뭘 잘 모르는데… 일의 타임라인을 체크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방통해야 한다니? 그 책임이 나에게 있다니? 나 때문에 프로젝트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자꾸만 시달렸습니다. 슈퍼스톰 일도 마찬가지였어요. 커뮤니티를 운영해 본 경험은 있지만, 슈퍼스톰처럼 후원을 받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게다가 슈퍼스톰은 특정한 의제를 중심으로 운동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의 ‘연결’에 중점을 두고 있는 단체이기에, 이런 방향성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결국 미리 촘촘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어느 정도는 열어두고, 해나가면서 배워보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흥분되는 한편으로 저 자신을 계속 의심하게 되는(‘잘 가고 있는 게 맞나?’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과정이기도 했어요.

돌아보니 오풍과 슈퍼스톰에서 보낸 25년의 6개월은 ‘모른다’는 감각에 압도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덕분에 가끔은 관성대로 하지 않을 수 있었고, 내가 다 아는 것처럼 굴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 ‘모르는 것 같다’는 불안이 꼭 단점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26년에는 ‘모른다! 불안하다! 어떡하지!’라고 손톱을 물어뜯기보다는 ‘모른다!’ → ‘모르는 건 당연하다’ → ‘그럼 무엇을 알아야 할까?’ → ‘그것을 알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며 일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일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도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계획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은 벌어질 테고, 그때그때 경로를 수정하며 목적했던 방향으로 일을 끌어갈 수 있는 역량과 관점은 저에게 있는 거니까요. 

26년은 슈퍼스톰이 짧은 실험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펼쳐나가야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제가 맡아본 중 가장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고, 가장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지 모르는 슈퍼스톰이라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저는 프로젝트 매니징의 기술을 배우고 연마하는 1년을 보내려고 해요. 귀추를 주목해주시길…

변화를 만드는 2026년을 향해 (백희원 에디터)

올 한 해 오늘의풍경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함께한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서명 캠페인,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의 상위 1% 직장인, 제주도만 남은 이세계에서 소비로만 연명합니다만 캠페인, 하인리히 뵐재단과 크라우드펀딩까지 함께한 COP30 잡지 “침착할 것”, 파타고니아 코리아에서 공개된 지천구곡 캠페인, 서울환경연합에서 베타테스트 진행 중인 시티트리클럽 까지. 올해는 확연히 시민들의 참여를 필요로하는 작업들이 진행된 해였어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매체도 다양해졌습니다. 릴스 영상, 후원 페이지, 지도 기반 플랫폼과 간단한 게임 형식의 웹 개발 같은 시도들이 있었어요. 

제가 이 글을 염두 않고 혼자 적어본 2025년 회고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장소는 그대로, 관계가 크게 변했고 많은 게 갖춰지다.” 정말 이런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오늘의풍경에서 일하고 있고, 같은 출퇴근 길을 반복하고 있지만, 일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졌고, 든든한 동료들도 있었죠. 달라진 시각이란 그거예요.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가 초점이던 시기를 이제는 완전히 빠져나와 “변화를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옮겨갔어요. 아마 저만의 변화는 아니고 오풍 전체가 함께 느끼는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가 올해 가장 집중한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슈퍼스톰’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슈퍼스톰은 변화를 위한 협업을 하는 임팩트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이 이제 소매를 걷어부치고 두 손 두 발 사회운동에 몸담으며 직접 변화를 만들기로 한, 급진적(?)인 체질 변화 프로젝트였거든요. 정말이지 그런 만큼 모두가 힘을 모았습니다. 이름과 도메인으로 몇날 며칠 고민할 때 ‘슈퍼스톰’을 점지해 준 인아스부터, 백지장의 시기에 합류해 웹사이트와 단체 설립을 돕고 떠난 정지은님, 슈퍼스톰 로고의 귀여운 모션과 다양한 초기 디자인을 제작해 준 이재인 디자이너, 거의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티저레터와 정식 런칭부터 모든 일을 함께 해 준 효진스까지. 물론 영인스가 여러 프로젝트들의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오풍의 여러 사람이 이 일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클라이언트도 없고, 당장의 마감 일정도 없는, 그냥 우리가 우리 자신부터 시작해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예요. (소규모 에이전시에서…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2026년에 오늘의풍경과 슈퍼스톰은 본격적으로 변화를 만드는 역량을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질문해보면, 지나치게 본질적인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잘 살고 싶어서’ 이렇게 일 하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기만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기획’을, ‘마케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건 내가, 오늘의풍경이 옳은 선택을 하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동료가 되어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게끔 환경을 바꾸는 문제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열심히 마케팅 기법을 찾아보고, 소위 ‘대중’의 관심은 무엇인지 살펴도 보게 되어요. 이미 우리의 동료거나 곧 우리의 동료가 될 사람들이니까요. 장소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제 관점과 위치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용역 제공업체로서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 지금은 시민단체로서 도움을 받을 마음의 준비도 다 되었달까요? 왜냐하면 그게 결국 모두를 돕는 일이 될 테니까. 그런 연결고리를 제대로 조직화해 내는 일을 2026년에는 추상적인 말을 넘어 구체적 경험으로 회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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